대전의 상징 성심당, 운동회로 11월 3일에 전 매장 문 닫는다

대전의 상징 성심당이 11월 3일(월) 전 매장 휴무를 결정했습니다. 67년 전통의 성심당이 '매출 손해'를 감수하고 직원 복지를 위해 하루 문을 닫는 이유와, 성심당의 높은 직원 만족도와 독특한 기업 철학(EoC)을 분석합니다.

성심당, 운동회로 11월 3일에 전 매장 문 닫는다.

대전이 멈추는 날

대전 하면 많은 사람들이 ‘성심당’을 떠올립니다. 그 유명한 성심당이 11월 3일 월요일, 딱 하루 동안 전 매장의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성심당은 10월 17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긴급 속보입니다. 성심당 전 매장이 11월 3일 월요일, 단 하루! 한가족 운동회로 쉬어갑니다"라는 공지를 올렸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성심당 본점뿐만 아니라 성심당 케익부띠끄, 삐아또(이탈리아 음식점), 우동야(우동 전문점), 플라잉팬, 테라스키친, 오븐스토리 등 12개 계열사 임직원 약 1,000여 명이 참여합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성심당이 쉬다니 대전이 멈추는 날”, “놀러 가는 거면 이날은 피해서 가야 한다"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성심당 운동회, 어떤 행사인가

성심당의 임직원 체육대회는 매년 10월 셋째 주 월요일에 열리는 연중 유일한 휴무일입니다. 올해는 11월 3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 행사는 단순한 체육대회가 아니라 전 직원이 함께 모여 한 해를 정리하고 재충전하는 내부 축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가족 캠프’로 불리는 이 행사에서는 직원들이 종합운동장에 모여 운동회와 장기자랑 등을 진행합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경품인데, 아이폰, 다이슨 청소기, LG 스타일러,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상당히 푸짐한 상품들을 준비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10월 14일에 진행되었고,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는 전통 있는 행사입니다.

직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직원들의 직접적인 인터뷰를 찾기는 어려웠지만, 성심당의 직원 복지 수준을 보면 대략적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성심당은 직원 복지가 상당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매년 임금인상률도 15% 수준을 유지하고, 경력이 쌓인 직원들은 억대 연봉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2005년 화재 당시의 일화가 인상적입니다. 설날을 앞두고 발생한 화재로 성심당 3층 공장이 완전히 전소되었을 때,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잿더미 속의 우리 회사, 우리가 일으켜 세우자"는 말을 써 붙이며 밤낮으로 복구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그 결과 불과 6일 만에 매장을 다시 오픈하는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런 사례를 볼 때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습니다.

운동회의 장점과 단점

장점: 사람 중심 경영의 실천

조직문화 전문가들은 이번 성심당의 결정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매출 손실을 감수하고 직원 행복을 우선시하는 것이 ‘사람 중심 경영’의 상징적 실천이며, 이러한 문화가 결국 고객 만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고객 응대 중심의 서비스업에서 전사적 리프레시는 장기적 생산성을 높이는 핵심 동력이 됩니다. 피로 누적을 줄이고 직원 간 유대감을 강화하는 조직 건강성의 투자라는 평가입니다.

소비자 심리 전문가들도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일시적 불편함보다 ‘좋은 회사는 이런 결정도 할 수 있다’는 감정적 신뢰가 더 크게 작용한다"며 ‘역설적 호감 효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이 이날 빵을 못 사더라도 성심당의 결정을 응원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단점: 일부 부정적 시각도 존재

온라인상에서는 일부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습니다. “저게 직원한테 휴일일까”, “회사 체육대회라니 여전히 쌍팔년도 같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특히 평일 운동회가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쟁도 있었습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단순히 구성원 간 결속력을 높이고 친목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은 근로시간에서 제외되지만,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진행되는 행사는 노동시간으로 인정됩니다. 전문가들은 성심당 체육대회의 경우 기존 근무일에 열리는 데다 회사 대표가 참석한다는 점에서 근로시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합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반응이 훨씬 많았습니다. “요즘 직장인 체육대회 보기 드문데, 재밌어 보인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성심당은 어떤 곳인가

성심당은 1956년 한국전쟁 피난민이었던 고(故) 임길순 창업주가 대전역 앞에서 밀가루 두 포대로 찐빵을 팔면서 시작한 향토 기업입니다.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흥남철수작전을 통해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피난 온 창업주는 “이번에 살아날 수 있다면 평생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루에 빵 300개를 만들면 100개는 이웃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런 나눔의 정신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성심당은 대전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운영사 로쏘의 2023년 매출은 1,937억 원, 영업이익은 478억 원으로 전국 체인망을 가진 뚜레쥬르(299억 원)나 파리바게뜨(223억 원)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단일 지역 베이커리가 전국 프랜차이즈를 압도하는 성과를 낸 것입니다.

성심당은 ‘사랑·나눔·정직’이라는 가톨릭 정신을 바탕으로 EoC(Economy of Communion, 공유경제) 경영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기업 이익의 3분의 1을 기업에 재투자하고, 3분의 1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제공하고, 나머지 3분의 1은 공유경제를 전할 이들을 양성하는 데 사용합니다.

매월 기부하는 빵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4천만 원에 상당하고, 근속연수가 길어지면 기념상품과 순금도 주며, 맛있는 무료 사내 식당도 제공합니다. 게다가 매출 이익의 15% 정도를 직원 성과급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공유경제 학자 루이지노 브루니 교수는 “성심당은 분배와 성장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자본주의의 대안이자 시민경제의 새로운 모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 철학과 경영방식이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 100개의 중소기업이 생겨난다면 대기업 중심의 한국경제 구조 자체가 바뀔 것"이라는 말도 남겼습니다.

마치며

성심당의 11월 3일 운동회 휴무는 단순히 하루 가게 문을 닫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이윤 추구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 철학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직원들 개개인도 달가운사람 아쉬운 사람 다양하게 있겠지만 야외에서 모두가 함께 하는 행사를 해보면 사람들과의 관계가 조금은 나아지는 경험을 했던 저로써는 좋은 행사라고 생각됩니다.

혹시나 공지를 보지않고 큰 맘먹고 성심당을 찾는 분들에겐 충격적인 사건이 될 수 있으니 부디 널리 알려져 그런일이 적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성심당은 매년 10월 셋째 주 월요일경에 운동회를 개최하므로,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휴무일을 확인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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